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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보자!”그대로 주저앉을 소세옥이 아니었다.코웃음을 치는 순간, 그는 날쌔게도 산형술을 발휘하
여 온 몸뚱어리가 뿌연 연기로 화해 버렸다. 한줄기 연기가 하늘 높이 뻗쳐 올라가서, 뺑소니친 자
의 뒤를 질풍같이 쫓아가는 것이었다.신계성은 본래 그다지 넓은 고장은 아니었다. 눈 깜짝할 사
이에 성밖까지 쫓아 나왔다.상대방의 그림자가 한군데 농부의 집안으로 종적을 감추는 것을 확
했다.소세옥은 몇 번인지 몸을 엎치락뒤치락하여 순식간에 그 농부의 집 앞에 서 있는 한 그루 굵
직한 잣나무 뒤에 이르렀다. 날카로운 눈초리로 사방을 자세히 살펴봤다.그 집 문앞에서 농부 차림
소세옥은 그 노인을 유심히 노려봤다.노인의 나이는 약 칠십 전후.수염도 눈썹도 백설 같고, 고개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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쳐들어서 하늘에 깜박거리는 별들을 바라보느라고 딴 정신이 없다는 태도였다. 여름밤, 더위를 못
이겨 바람이나 쐬려고 문앞에 나와 앉았는 것같이 유유 자적하는 그 노인의 모습은 어느 모로 뜯
어 봐도 무술을 아는 노인 같지 않았다. 더군다나, 방금 자기의 부채를 빼앗아 간 그 인물이라고
단정할만한 아무런 수상한 점도 찾아낼 수 없었다.그러나 소세옥은 그 사람의 그림자가 분명히
이 농부 차림의 노인의 집 안으로 들어간 뒤에 그대로 자취를 감춰 버린 것을 목격했다. 이 농부
의 집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. 여기서 두 번 다시 도주했으
리라고는 절대로 믿을 수 없었다.소세옥은 비록 아무런 수상쩍은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곤 하지만
, 이 신계라는 고장에 요즘 천하의 기인 이사(奇人異士)들이 수없이 몰려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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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있었다.경거 망동을 하지 말자는 것이 그의 평소의 신념이었다.자기의 부채 한 자루쯤은 본래
대단한 물건이 아니었다. 잃어버렸댔자 아무런 타격을 받을 만한 물건도 아니다. 그래서 마음을
턱 놓고 조용조용히 사방을 살펴보면서, 바람을 쐬고 있는 그 노인에 대해서 적잖은 의심을 품고
주의의 시선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.그 노인은 한동안 묵묵히 담배만 빨면서 높은 하늘만 쳐
다보고 있었다.한참 만에야 겨우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수그렸다. 늙수그레하고 갈라진 듯한 음
성으로 말했다.”얘, 빙여( 如)야! 내가 준비하라고 분부했던 차는 다 끓였느냐?”집안으로부터
앳되고 부드러운 여자의 음성이 들려 왔다.”다 준비되었어요! 벌써 손님이 오셨나요?”노인은 빙
그레 웃으며 말했다.”손님은 벌써부터 와 계시다! 의자도 하나 내다 놓아라. 역시 집안보다
바깥이 서늘하고 기분이 좋으니‥‥‥‥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