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검술의 조예를 따져 보더라도 네놈 정도의 실력이나 재간을 가지고는 도저히 나를 당해
내지 못할 것이다. 이 방주는 과거 무예계에 있어서 검술로써 쟁쟁한 명성을 유지해 온
사람이라는 것을 네놈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모양이구나?””와하하하! 핫! 핫! 핫!”소세
옥은 가소롭다는 듯, 상대방의 괴변에는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, 뱃속에서 우러나오는
무거운 음성으로 한바탕 통쾌하게 웃어 젖히고 다음 말을 했다.”정기봉! 네놈은 애당초
에 나의 선친과 팔배지교(八拜之交)를 맺었을 때 철석 같은 맹세를 했던 말을 아직도
기억하고 있겠지?”정기봉은 약간 놀라는 듯했으나, 당장에 시치미를 뚝 떼고 여전히 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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털웃음을 쳤다.”신선도 부처님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하나의 인간이 맹세를 했다는
것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속이는 수작에 불과한 것이다.”소세옥은 정기봉의 뻔뻔스럽고
파렴치한 태도와 언사에 격분을 참지 못해서 가쁜 숨소리를 내면서 호통을 쳤다.”에이
! 천하에 짐승만도 못한 놈아! 나는 오늘 밤에 왕년의 그때, 그 당시의 네놈이 맹세했던
대로 실천하는 것뿐이다. 네놈에게 한 번만 더 물어 보자. 네놈은 그 당년에 하늘에 맹
세하지 않았느냐? 만약에 친구지간에 배신 행동을 할 때에는 이 추운검 칼끝에 찔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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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구?”정기봉은 무슨 소리를 해도 귀에 안 들린다는 듯 능청스럽
게 껄껄대고, 마음에도 없는 너털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.”그따위 몇 십년 전에 이미 지
나간 소리를 이제 와서 해봤댔자, 그게 어쨌다는 거냐?”소세옥은 하도 기가 막혀서
하늘을 한참 동안이나 우러러보면서 실성한 사람같이 웃기만 하고 있었다.”하하하‥‥
‥ 하하하‥‥‥ 핫! 핫! 핫!”처참하기 한이 없는 그 웃음소리가 그치는 순간, 소세옥은 연
거푸 벽력 같은 소리를 질렀다.”어찌 되었든, 나는 검술로써 명성을 날렸다는 네놈 성
수신검(聖手神劍) 정기봉이란 놈을 나의 선친이 물려 주신 이 추운검으로 목을 잘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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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만 구천(九泉)에 계신 선친께서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줄 안다.”정기봉은 아
예 상대도 안 된다는 듯, 또 한 번 너털웃음을 치고 대꾸한다.”핫! 핫! 핫! 철부지 녀
석아! 그것은 바보 천치의 잠꼬대 소리밖에 안 된다. 좋다! 네놈은 그 유명하다는 추
운검을 써 보아라. 이 천하제일방 방주님께서는 두 개의 맨주먹만 가지고, 빈손만 가
지고, 네놈이 감히 나를 어쩌나 한 번 구경해 보겠다!”